2012년, 애피어(Appier)의 최고운영책임자(COO) 위니 리(Winnie Lee)가 애피어의 창업 팀에 합류했을 때 그녀는 업계에서 일한 경력도 없었고, 당연히 회사를 창업한 경험도 없었다.
스타트업 운영에 대해 속속들이 배워가는 과정에서 그녀는 업계의 사례들을 살펴보는 한편 그 이상으로 자신의 직감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10여 년이 흐른 지금 위니와 공동창업자인 치한 위(Chih-han Yu)와 조 수(Joe Su)는 애피어를 전 세계 17개의 지사를 보유한, 수익성을 갖춘 상장기업으로 성장시켰다.
무엇보다도 그들은 시작부터 오랫동안 믿고 의지해 온 가치인 ‘공평성’과 ‘포용성’에 기반한 문화를 바탕으로 계속 회사를 이끌어왔다.
애피어의 고유한 문화를 예로 든다면 직원들이 필요에 따라 사무실이나 집에서 일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유연한 근무 방식, 모든 질문과 우려에 답변하는 애피어 CEO 치한 위와 COO 위니 리의 ‘무엇이든 질문해요(Ask Me Anything)’ 세션 등이 있다. 또한, 세계 여성의 날과 같이 중요한 기념일에 담긴 의미를 함께 되새기는 것도 빠질 수 없다.
올해 세계 여성의 날의 공식 캠페인 주제는 ‘공평성의 포용(#EmbraceEquity)’이다.
캠페인의 핵심 목적 중 하나는 평등(equality)과 공평성(equity)의 차이를 설명하고, 공평성에 대한 목표와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이다.
캠페인 공식 웹사이트에는 “평등은 개인 또는 집단이 동일한 자원이나 기회를 얻는 것을 의미한다”며 “공평성은 각 개인이 서로 다른 상황을 마주하고 있음을 인정하고 동등한 결과에 이르기 위해 필요한 정확한 자원과 기회를 배분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공평성을 포용하는 것이 위니에게 중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왜냐하면 그것은 공기나 물과 같기 때문이다”며 “그것이 없다면 우리는 살 수 없다”고 말했다.
애피어의 규모가 커지는 과정에서 위니는 회사의 문화에 더 큰 관심을 가지고 모두가 성공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것이 전 세계에 있는 600명이 넘는 애피어 직원들이 함께 이루고자 노력하는 공동의 목표이다.
애피어에서 비즈니스 지원(Business Enablement Lead)을 맡고 있는 커린 탠(Carynl Tan)은 공평성에 대해 “각 개인이 품고있는 미래 목표가 실현가능한 범위에 포함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녀는 성공과 진보가 제로섬(zero-sum) 게임이라는 오래된 견해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녀는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으며, 성공과 진보를 계속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방법은 우리가 모두 함께 노력하는 것뿐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공평성이 없다면 이런 개념은 달성될 수 없으며, 그 이유는 언제든 우리 중 일부에게는 다음 단계가 너무 멀리 떨어져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고 그녀는 지적한다.
그녀가 강조하는 문제는 일반적으로 직장 내 여성들에게는 너무나 친숙한 이슈이다. 직장 내 괴롭힘, 감정노동에 대한 책임의 불공평성, 가사노동의 불균등한 분담 등 직장에서 여성의 완전한 참여와 성공을 방해하는 수많은 외부 요인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애피어의 어카운트 전략가(Account Strategist) 히사에 미요시(Hisae Miyoshi)는 공평성의 포용이 이런 문제들에 대응하는 해답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이 처한 상황에 의해 구속될 수밖에 없던 사람들이 공평성의 포용을 통해 잠재력을 100% 실현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애피어에서 일하는 여성 리더는 최고운영책임자 외에도 서로 다른 사무실에서 다양한 직무에 종사하는 수많은 여성 지도자가 기술과 비즈니스 분야의 유리천장을 깨고 있다.
피오나 린 페리어(Fiona Lin Ferrier)는 애피어의 미국 및 유럽·중동·아프리카(US & EMEA) 지역 세일즈 · 어카운트 관리를 담당하는 AVP(Assistant Vice President)이다. 그녀는 애피어의 신규 시장 진출 성공에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했으며, 이를 통해 그녀가 담당하는 시장의 2022 회계년도 수익이 전년 대비 7배 이상 급증하도록 견인하며, 기업 총수익의 12%를 차지하는 성과를 올렸다.
고주연 엔터프라이즈 솔루션 세일즈(Head of Enterprise Solutions Sales) 본부장은 애피어 코리아의 엔터프라이즈 솔루션 비즈니스를 이끌고 있다. 그녀는 한국 시장에서 애피어의 식견과 점유율을 적극적으로 높여왔으며 애피어의 새로운 사업 영역을 확장해오고 있다.
이와 같은 애피어 여성 구성원들의 행보는 여성도 남성이 할 수 있는 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증거이다. 물론 과거에도 그런 증거가 제시될 필요가 있었던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팀 리더로서 피오나와 고 본부장은 소속 팀원들을 위해 포용적이고 편안한 근무 환경을 조성하고, 더 지속가능하게 만들 수 있는 위치에 있으며, 이들은 이러한 책임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
피오나의 경우 공평성에 기반한 문화는 “누구나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녀는 팀 리더로서 질문을 던지고, 팀원들이 겪는 어려움에 대해 공감하며, 그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다.
고 본부장에게 공평성이 갖는 의미는 소통과 의사결정 내 공정성과 투명성이다. 그녀는 팀에 속한 모두가 팀의 성공에 기여할 수 있고, 다양한 관점들이 각각 고유한 가치를 지닌다고 믿는다.
20여 년 넘게 IT업계에서 경험을 쌓은 세일즈 전문가인 그녀는 당시에 국내 IT기업에 영업 직무에는 신입 여성이 없었고, 유일한 신입이자 영업사원으로 참고할 수 있는 “훌륭한 IT 판매직원이 되는 방법”에 대한 가이드북은 존재하지 않았고, 직장 선배들의 조언과 경험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당시 그녀는 팀 구성원들이 여성 동료가 생길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하던 상황에서 자신의 존재가 팀 내에 큰 변화를 가져왔고, 팀과 회사 모두 공평하고 포용적인 환경 조성을 위한 충분한 경험을 갖추지 못했음을 자각했다.
그런 상황에서 그녀는 상사의 소개로 회사 외부에서 멘토를 찾을 수 있었는데, 그녀는 몇몇 다국적 IT 기업의 한국 지사 여성 리더인 우미영이다. 고 본부장은 자신이 업무를 파악하고 소통과 공감 같은 필수적인 리더십 기술을 개발할 수 있도록 도운 사람이 바로 우미영 대표였다고 고백했다.
고 본부장은 “과거에는 남성 동료와 상사들의 얘기에만 의존했었던 반면, 우 대표가 업계에서 쌓은 경험을 들은 후에는 업무와 의사결정에 대해 균형 잡힌 견해를 가질 수 있게 되었다”고 말한다.
모든 식견은 가치를 지니지만, 업계에서 먼저 일해온 다른 여성만이 젊은 여성 판매직원으로서 그녀가 어떤 입장에 있는지 제대로 이해할 수 있었다. 자신을 이해하는 멘토의 존재는 그녀의 경력에 크고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고, 이제 그녀는 자신에게도 누군가에게 그런 멘토의 역할을 할 기회가 오기를 기대한다.
기업이 여성 지도자들이 담당하는 역할로부터 혜택을 얻는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애피어에서 위니 리는 회사의 재정, 운영 측면에 대한 성공에 기여해왔으며, 동시에 회사 내·외부의 여성들에게 영감을 주는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많은 애피어 여성 팀원들은 애피어에 지원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위니 리 COO라고 밝혔다. 애피어 리더십팀에 속한 그녀의 존재로 인해 지원자들이 애피어가 기술업계에서 대다수를 차지하는 남성 중심 기업들과 다르다고 인식한 것이다.
현재 약 700명에 이르는 애피어 직원들의 43%가 여성이다. 직무별로는 기술직의 약 29%가 여성이고 여기에는 연구개발, 기술지원, 제품 관리가 포함된다. 이 29%라는 비율은 대형 기술기업들의 평균 여성 기술직 비율인 25%를 상회하며, 우리는 반드시 공평성을 보장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
애피어의 직원들은 자신의 성별, 인종, 기타 정체성과 무관하게 평등하다고 느낀다. 이는 일반적으로 남성이 여성보다 많은 팀을 포함하여, 모든 팀에서 똑같이 나타났다.
선임 소프트웨어 엔지니어(Senior Software Engineer)인 신허 수(Xinhe Hsu)는 남성 동료들로 가득 찬 회의실에서 소수의 여성 엔지니어에 속하는 상황에서도 자신이 항상 남들과 평등하며 자기 생각을 말할 권한이 있음을 느낀다고 답했다.
“이런 평등 인식이 애피어의 문화에 깊이 뿌리를 내려 있기 때문에 나는 때로 성별 격차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잊곤 한다. 내 성별은 일상 업무에서 어떤 영향도 끼친 적이 없다.”
엔지니어링 매니저, 티파니 쿵(Tiffanie Kung)은 90%의 과 동기들이 남학생이었던 대학시절의 경험을 살려 자신이 이끄는 주간 팀 회의에서 모두가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더 주의를 기울인다.
“모두가 자신이 최근 배웠거나 발견한 사실을 공유할 수 있고, 주제도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에 국한되지 않는다. 우리는 언제나 긴밀한 소통과 토론을 권장한다”고 그녀는 말했다.
티파니는 여성과 남성에게 가장 적합한 업무가 무엇인지에 대한 성별 고정관념이 우리 현실을 좌우해서는 안 되며 모두가 “자신이 좋아하고 선택하는 전문 분야에서 핵심 역할을 하고 재능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애피어의 성장이 지속되면서 앞으로 더 많은 여성 직원, 관리자, 리더들이 등장할 것이다. 이런 여성 인재들을 유치하고 유지할 공평하고 포용적인 환경을 가꾸기 위해 애피어는 다양성과 공평성, 포용성(diversity, equity and inclusion: DEI)을 직원들의 경력 개발을 위한 주요 요소로 포함하여 전념하고 있다.
애피어 학습 개발 담당(Head of Learning and Development)을 맡은 빅터 슝(Victor Hsiung)은 “애피어는 DEI를 채용과 개발 과정에 적용할 뿐 아니라 우리의 학습 프로그램에도 핵심 원칙으로 포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애피어에게 공평성이란 최고운영책임자 위니 리가 답한 것처럼 세계 각지에서 애피어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뤄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